AI · EEUM COLUMN

AI가 생산성을 올리자 생산성의 값이 떨어졌다

더 많이 만드는 능력이 흔해질수록 방향과 책임의 값은 올라간다.
석종득전략집단이음 대표컨설턴트

한 사람이 열 사람의 일을 하게 된 뒤

AI는 초안 작성과 요약, 분석과 시각화에 드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과거에는 여러 사람이 나누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게 됐고, 작은 조직도 큰 조직에 가까운 생산 능력을 갖게 됐다. 생산성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분명한 변화다.

그러나 시장 전체가 같은 도구를 쓰기 시작하면 높은 생산성은 희소한 능력이 아니게 된다. 보고서와 콘텐츠의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개별 결과물의 주목도와 가격은 오히려 낮아진다.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큰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 역설이 생긴다.

생산성의 보편화는 생산의 승리가 아니라 판단의 희소화를 뜻한다.

빠른 조직이 빠르게 틀릴 수도 있다

방향이 없는 생산성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잡음을 증폭한다. 틀린 전제를 바탕으로 만든 백 개의 콘텐츠는 한 개의 오류를 백 번 유통하는 일이다. 공개하면 안 되는 정보를 빠르게 퍼뜨리거나, 서로 다른 부서가 상충하는 설명을 대량으로 생산할 위험도 커진다.

그래서 생산 과정 앞에 선택과 검증이 놓여야 한다. 어떤 질문을 다룰지, 어떤 자료를 공식 근거로 삼을지, 누가 최종 판단을 책임질지 먼저 정해야 한다. 생산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 느린 결정의 품질이 조직 전체의 품질을 좌우한다.

생산성 다음의 경영 지표

조직은 이제 산출물의 개수만 세어서는 안 된다. 만든 지식이 다른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재사용됐는지, 판단의 근거가 추적 가능한지, 고객과 시민의 질문에 일관되게 답하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이것이 생산량을 지식자산으로 바꾸는 지표다.

AI가 높인 생산성의 과실을 얻으려면 지식운영이 필요하다. 조사와 검증, 생산과 유통, 갱신의 책임을 연결해 결과물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 판단에 쓰이게 해야 한다. 생산성의 값이 떨어진 자리에 방향과 책임, 축적의 값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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